아이폰은 쓸 줄만 알았지, 만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버클리에서 박사 과정을 보내는 동안 미국 취업은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평소와 같이 연구하던 나날들 속에서 갑작스럽게 인턴 기회가 다가왔습니다. 전화 인터뷰와 3번의 면접… 모든 과정들을 공유함으로써 미국으로의 취업을 희망하시는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장 개별 면접 인터뷰를 준비하며...
전화 인터뷰를 마치고
드디어 1:1 인터뷰 단계까지 왔습니다.
처음에는
인턴 채용 과정에 대해서
전혀 몰랐는데
한 단계씩 나아가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고,
약 2달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위 분들에게 알음알음 물어가면서
분위기 또는 일반적인
진행 과정에 대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테크 기업의 경우,
- 서류
- 전화 인터뷰
- 코딩 면접 (24 시간 과제)
- 현장 면접
등으로 이루어져
서류를 제외하면
약 3단계 정도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제가 연구 프리젠테이션 면접이라는
2번째 단계를 통과한 것으로 봐서
이번 면접이 마지막 단계가 아닐까
내심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보셨겠지만,
6월 12일 면접을 보고 나서
3주일 뒤(7월 3일)에 결과를 받았고,
그 이후 1주일 뒤인
7월 9일에 면접일자가 잡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메일에서
매니저가 이번 미팅에는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가 없고,
우리 엔지니어들을 소개하고
랩 투어를 시켜줄 목적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습니다.
전 사실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도 없고,
랩실과 랩원들을 소개해준다는 말에
사실 거의 합격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아닌 것을 알았죠…ㅠㅠ)
항상 이메일을 받으면
재빨리 response 를 해서
communication 이 끊이지 않게
노력을 많이 했고,
이는 실제로 흐름이 끊겨
한 두번 대화가 오갈 것을
네 다섯 번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어
저는 매우 좋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과거 현대중공업에서
정말 존경하던 부장님이 계셨는데
항상 제게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너에게 던져진 공은 최대한 빨리 던져라.”
괜히 일을 미루고
내 선에서 일이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조언이었는데
20대 후반에 들은 그 조언은
몇년간 제가 일을 하면서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업무 규칙 중 하나입니다.
연구를 할 때에도
회사 업무를 할 때에도
간단한 집안일이나
쇼핑 문제 등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내용은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빨리빨리 처리하는 습관을
오래 전부터 길렀는데
이번에도 매니저와 이메일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빠른 답변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등의 피드백을 받은 것으로 봐서
괜히 늦는 것보다는
좋은 이미지를 주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접 당일!
7월 9일 (화요일) 11시에
면접일자가 잡혔고,
저는 버클리 학교 친구와 함께
아침 8시에 버클리를 출발하여
같이 쿠퍼티노로 향했습니다.
그 친구도
회사 인터뷰 경험이 있었고,
좋은 회사에 합격하여
지금 일하고 있는데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 저런 면접에 대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조언을 받았는데,
그 중에서 제가 도움을 받았던 것을 하나 소개하자면,
그 친구가 면접 마지막에
담당자로부터
“너는 마지막으로 물어보고 싶은 것은 없니?”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신의 삶에 만족하십니까” 라는 질문을 정중히 했다고 했었는데
당시 담당자가
그 질문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는 얘기를 해줬다고 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 자체에서
회사 업무와 삶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같이 일할 사람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자세를 볼 수 있고
담당자에게
지원자가 얼마나 이 직업을 진중히 생각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가볍게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그 친구는 제가 면접 보는 동안
애플파크를 구경한다고 하여
내려주고 저는 면접 장소에
30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guest registration 을 최소 10분 전에 잘 하고,
복장 등을 신경 쓰며
라운지에서
질문 내용을 예상하며
차분히 기다렸습니다.
1:1 인터뷰
매니저와 가볍게 인사를 하고
traffic 은 어땠니,
지난 번 발표는 인상깊었다..
등의 다양한 얘기로
서로의 안부를 나눴습니다.
Infinite Loop 또는 Apple Park 에는
임직원들을 위한 Caffe Mac 이라는 카페 또는 식당이 있는데
같이 이동하여
커피 한 잔씩 마셨습니다.
뭐 마실래? 라고 물었는데
그냥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시원한 거나
비싼 거를 먹으면
안그래도 긴장되는데
잘 안 넘어갈 것 같았습니다.
항상 지금도 1:1 멘토링을 할 때마다
“뭐 먹을래” 라고 물어봐주시는데
지금은 너무 감사하지만,
그 때 무슨 공짜 커피가 뭐가 중요했겠습니까.
같이 커피 한 잔을 받고 나서
“건물 안에서 대화할래, 나가서 대화할래?”
라고 하여
저는 밖에서 얘기하자고 했고,
infinte loop 안에 있는 공원을걷다가
눈에 보이는 벤치에 자연스럽게 앉았습니다.
한국에서 저도
인턴/대기업/대학원 등 많은 면접을 봤지만,
확실히 미국은 뭔가 더 자연스럽고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고,
그 과정에서 나의 진짜 모습을 많이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일하다가 커피를 마시면
인터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가식이나 지나친 겸손보다는
자기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아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줄 알고 (조금은 잘난척하는 느낌처럼)
모르는 것에 거짓을 하지 않는
정석적인 태도를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까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당시에는 인턴 채용 프로세스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아서
전화 인터뷰도 통과하고
프리젠테이션 면접도 통과했으니
사실 이번 면접은
그냥 가볍게 얼굴 정도 보면서 소개하는 자리?
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준비도 많이 안 했고,
채용이 된다면
보험이나 거주지 등의
생활 관련 질문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벤치에 앉아서
왜 프레젠테이션 면접 결과가
늦게 나왔는지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부서에서 인턴 headcount 가
갑자기 축소돼서
인턴을 뽑는 과정이 엄청 힘들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저희 팀에서 3명의 인턴이 같이 일을 하는데
갑작스런 TO 의 감소로
원래는 3명을 뽑을 계획이었지만
1명을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주셨습니다.
현재 1명의 인턴을 뽑기 위해
너를 포함한 3명의 candidate가 있고,
각각 면접을 통해서
3명 중 1명을 뽑을 거라고 얘기해주셨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갑자기 뇌가
시험모드로 전환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몇 초 뒤
업무 관련 문제를 내셨습니다.
면접 문제에 대해서는
혹시라도 모를 보안 문제 때문에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전화 인터뷰에서와 같이
실험 기법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을 시작으로 많이 물어봤고,
특히 이번에는
어떤 상황을 건네주고
너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Problem Solving 에 대한 것을 많이 물어봤습니다.
제가 배운 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는
정중히 조금 기다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차분히 기다려주셨고,
내용을 정리해서 잘 대답하니
매우 잘했다고 격려도 해주는 등
면접 분위기는 매우 편하고 부드러웠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워낙 3대 1이라는
경쟁률이 부담되어서 그런지
정말 힘들었던 면접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 임원 면접
- PT 면접
등이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지기 때문에
순발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면접에서 느낀 것은
어차피 1시간 이상 동안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니
그런 순발력 보다는
- 내가 얼마나 그동안 지식을 쌓아왔고,
- 어떤 경험을 해왔으며,
- 나의 가치관이 어떤 것인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러 블로그나 유투브에서
제가 경험한 것보다
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과
면접을 본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런 얘기를 미루어볼 때
그동안 내가 얼마나 준비를 잘 해왔는지가
결국 승패를 좌우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 면접이 끝나고 나서
더욱 연구를
열심히
그리고 확실하게
해야겠다는
강한 motivation 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
인턴 과정을 이렇게 겪은 것만으로도
합격/불합격을 떠나
인생에 있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에서 어느 정도로 솔직해야할까?
3-40분 정도
질문과 이론에 대한
수많은 질문이 오간 후
나의 커리어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봤습니다.
PhD를 졸업한 학생들의 진로는 크게 3가지인데
- 학교 (교수)
- 연구소 (연구직)
- 회사
이 중에서 보통 자기의 실적과 성향에 맞춰서
진로를 많이 결정합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열심히 박사과정을 이수한 분들은
잘 커리어를 밟아나가시는 것을 봤습니다.
사실 면접 담당자로부터
Academy vs. Industry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순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인턴을 뽑을 때는
정규직 전환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정규직들이 인턴 과정을 거친 것을 볼 때
매니저들은
인턴을 한 친구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가급적
졸업 후 회사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위주로
인턴 기회를 주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회사에 대한 커리어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이런 질문에 대해서
얼마나 솔직하게 얘기해야할 지
정말 고민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정말 솔직하게 답변했습니다.
사실 회사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나는 내가 공부하는 분야를 좋아하고,
더 깊게 연구하고 공부하길 원한다.
나는 내가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나의 지식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진로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한다.
는 식으로 솔직하게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Apple 이라는 환경은
위의 조건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고,
훌륭한 환경을 제공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여태까지 Academy 만을 생각했던 내가
좀더 다양한 경험을 하며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인턴 기회를
매우 소중하고
값지게 생각한다는
솔직한 심정도 같이 말했습니다.
지금도 제 매니저는
제게 진로에 대한 멘토링을 해주면서
한번도 회사에 와달라는 식으로
강압적인 권유를 하지 않습니다.
정말 diversity, integrity, respectful 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고,
회사에서의 진로에 대해
저와 같이 고민해주는
정말 좋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진로 설정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신
감사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모습이
면접보는 당시에도
비슷하게 나왔던 것 같고
덕분에 저는 더욱 솔직하게
저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Lab Tour
1시간 정도의
개별 면접이 끝나고
실험실을 보여주셨습니다.
실험실은 정말 멋졌고,
정말 돈이 최고라는 생각을
한 편으로 할 수 있었던…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랩 엔지니어는
정말 신기하게도
제 CV를 다 읽었는지
관련된 질문을 했습니다.
경력에 대한 질문도 했고,
최근에 냈던 논문에서
실험을 그런 조건으로 했는지도 물어봐서
매우 인상깊게 생각했습니다.
또한 실험실에 있는 장비들을
하나 하나 소개해주면서
우리는 이런 이런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너는 이런 이런 일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분위기 및 업무 환경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주셨습니다.
쭉 둘러보며
이전에 있는 인턴학생들
그리고 랩 엔지니어들과 얘기할 수 있었고,
1시간 30분 쯤 흘러
면접이 모두 끝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으로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냐는 말에
저는 회사에서의 삶에 대한 질문을 조심스럽게 했고,
매우 솔직한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매니저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이라도 아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이지만,
같은 회사라고 할지라도
누구와 같이 일하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면접을 보는 시간은
내가 일할 수 있냐/없냐를 결정하는
그들의 시간일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그 회사와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나의 시간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때문에 더욱 진솔하게
면접을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야 나의 모습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알 수 있을테니까요.)
이번에는 지난 번처럼
몇 주일 간 기다리고 싶지 않아서
혹시 결과를 언제쯤 받을 수 있냐고 여쭤봤고,
당시 화요일 이었는데
금요일 즈음에는 답을 주겠다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나서
바로 감사 이메일을 보냈고
친구와 함께 다시 버클리로 잘 돌아갔습니다.
결과는 금요일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항상 상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마음 편하게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일주일이 지난,
7/16 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애플 인사과였고,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합격을 했으니
서류작업에 관한 내용을 알려주셨고,
저는 빠르게 CPT 비자 전환 등을 하면서
8/1부터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인 채용 관련 내용은 여기가 마지막입니다.
제가 애플에서 인턴을 약 1년간 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주 포스팅을 통해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알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채용 과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제가 경험한 이러한 내용들은
정말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인턴의 경우
저와는 달리
스카이프 인터뷰 한번으로 합격한 것을 보면
회사가 어떤 상황이고,
담당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그 과정이 매우 다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위의 내용들을
가볍게 참고하듯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많은 경험을 해본 것이 아니라서
어떤 것이 좋다/나쁘다는
정성적인 평가 자체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솔직하게
제가 경험한 것을 공유한 것이니
이런 분위기도 있다는 것을
참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제 경험들이
진로를 고민하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