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박사 유학 준비 시, 석사는 어디로 가야할까? (자대? 타대? 미국?)
- 자대에서 석사를 했을 때의 장단점?
먼저 이 두 가지에 대해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학부를 마친 학생이 미국 박사유학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두가지입니다.
- 학부 졸업 후 바로 박사 유학을 간다. (=Direct PhD)
- 학부 졸업 후 석사를 딴 이후에 박사 유학을 간다.
만약 석사 진학 후 박사 지원을 하기로 했을 때는 다시 세가지의 옵션이 생깁니다.
- 국내 자대 석사 진학 (한국 학생 기준)
- 국내 타대 석사 진학
- 해외 석사 진학
학생분이 주신 첫번째 질문은 이 세가지 옵션에 대한 장단점을 묻는 것입니다.
선택을 할 때는 “나의 선택이 박사 어드미션에 도움을 주는 요소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한 검토와 “개인적인 나의 상태”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박사 어드미션에 도움을 주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뽑으라면 아래와 같이 말하고 싶습니다.
- 학부 학점
- 연구 실적
- 컨택
(추가 설명을 하자면, 연구 경력(2번)이 얼마나 많은지는 훗날 지원할 때 지도 교수님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요소가 됩니다. 여기서 컨택(3번)이란 소위 인맥과 같은 것으로 예를 들어 한국 대학교 지도교수님이 자기 제자(유학지원자)를 지도교수님의 지도교수님 연구실로 보낸다든가, 지도교수님과 아는 교수 연구실을 연결해준다든가 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미국은 신용사회이기 때문에 reference가 매우 중요하고, 컨택은 우리나라처럼 부정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학부 학점(1번)의 경우 졸업한 입장에서는 수정될 수 없는 부분이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박사 유학을 하기 위해서 석사를 하기로 했을 때 그 석사과정이 연구실적(b)과 컨택(c) 측면에서 도움을 줘야 하는지를 따져봐야할 것입니다. 또한 나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 두 가지의 요소를 잘 만족할 수 있는 지도 고려가 되야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대 석사가 유리할까요, 타대 석사가 유리할까요?
저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학부를 고려대학교를 졸업했고 국내에서 석사를 하기로 결정했었습니다. 때문에 당시에 고려대학교 자대에 입학하는 방법과 카이스트/서울대에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일단, 타대로 석사를 간다고 했다면 기본적으로 자기 학부보다 랭킹이 높은 곳에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인 학생들의 선택입니다. 만약 고려대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였다면, 카이스트/서울대/고대/연대…등 더 많은 타대에 지원할 수 있을 겁니다. 다행히 고려대학교에서도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연구실이 많았기 때문에 자대/타대를 결정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또한 컨택의 측면에서도 고려대학교는 좋은 옵션이었던 것은 제가 원했던 탑스쿨을 나오신 교수님들이 참 많았습니다. 즉, 좀더 표면화되지 않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대석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내가 원하는 연구실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많은 국내 연구실은 석사/박사 모집을 하기 전에 이미 내정자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부 인턴을 했거나 하는 경우, 지도 교수님께서 그 학생을 받아주기로 한 것이죠. 그렇다면 정말 가고 싶은 타대 연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TO가 없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연구실에 들어가지 못 할 수도 있는 것이죠. 같은 학교라고 할 지라도 연구실 마다 연구실적/지도교수님 역량에 있어서 편차가 크기 때문에 좋은 학교에 합격했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연구실에 내 계획대로 들어갈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저는 자대 석사를 선택했고, 서울대와 카이스트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나의 상황을 고려해봐야합니다. 자대의 경우 학교 인프라, 시스템, 수업 등 이미 익숙한 공간 속에서 공부를 시작하기 때문에 적응이 쉽습니다. 심지어 학부 인턴까지 했다면 연구실 시스템, 사람들까지 다 적응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연구를 빨리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겁니다. 석사는 2년 밖에 되지 않고, 박사 유학을 막학기에 지원한다고 했을 때 CV에 연구 실적이라도 넣으려면 최소 revision process에 있는 논문 실적이라도 12월 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몇 달 만에 그 모든 과정을 계획대로 이루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대전이나 포항으로 내려간다고 했을 때, 기숙사/자취/생활환경 등 여러가지를 몇학기 안에 정리해서 결과를 낸다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연구실적과 컨택이라는 측면을 나의 상황과 잘 결합하여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제가 고려대를 석사로 선택했었구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고려대학교와 제 연구실과 지도교수님을 선택한 것에 정말 거의 후회가 없습니다. 정말 너무 좋은 학교, 사람들, 지도교수님들을 만나서 즐겁게 공부했고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정말 어떻게든 단점을 찾는다고 노력한다면… 아마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이 고려대학교 보다는 카이스트/서울대에 훨씬 많았기 때문에 스터디를 하는 데에 조금 유리하지 않았을까…? 당시 연구실에서도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이 저 혼자라 준비 과정이 나름 고독했고, 힘들었습니다.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대놓고 유학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자꾸 언급하는 것은 몇년간 공부를 해야하는 그들에겐 별로 달갑지 않은 주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스터디는 고해커스 등을 통해서 서울대학교, 키스트 애들과 같이 준비하면서 어느정도 보완을 했긴 했지만요. (저와 준비했던 친구들 모두 잘 박사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석사 유학은 어떨까?
학생분께서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요소는 아닌 것 같아 간략히만 말씀드리자면, 가장 큰 단점은 돈입니다. 석사는 펀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비로 내셔야 하는데 사립대의 경우 석사 등록금이 일년에 몇천만원 이니 2년동안 1억 이상의 돈을 지불하실 의향이 있으셔야 선택 가능하실 겁니다. 장점은 박사 유학에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교수님들은 한국에 있는 대학을 SNU, KAIST 외에는 잘 모릅니다. 만약에 석사를 미국에 좋은 학교로 나왔을 경우에는 아무래도 reference가 생기니 진학에 어드미션에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겁니다.
아마 이 정도면 학생분께서 주신 첫 번째,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분의 입장만을 고려해서 답변을 드리면 그것은 개인 컨설팅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제 얘기와 좀더 일반적인 얘기로써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는 제 입장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