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애플 인턴 취업기-1

아이폰은 쓸 줄만 알았지, 만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버클리에서 박사 과정을 보내는 동안 미국 취업은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평소와 같이 연구하던 나날들 속에서 갑작스럽게 인턴 기회가 다가왔습니다. 전화 인터뷰와 3번의 면접… 모든 과정들을 공유함으로써 미국으로의 취업을 희망하시는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 애플에서 인턴해볼래?"

2019년 5월5일 (월요일) 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연구실은 

월요일마다 랩미팅을 합니다.

 

미팅이 끝나면 자기 자리로 돌아가

점심을 알아서 먹거나

오후에 진행할 실험을 준비합니다.

 

보통 지도교수님은

미팅이 끝나면 바로 오피스로 들어가는데

제 자리로 오셔서 저를 툭 치더라구요.

 

교수: “너 애플에서 인턴해볼래?”

제가 돌아봐서 인사하니

돌아온 대답이었습니다.

 

나: “응? 뭐라고?”

교수: “애플에서 인턴할 학생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너가 research fit 이 잘 맞을 것 같아.”

 

이 말을 듣고

사실 저는 그냥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연구실에 있는 몇 년 동안

회사 인턴을 교수가 제안한 것을 본 적이 없었고,

(취업은 도와준 경우가 있었지만)

 

우리 연구실은 

research-oriented 연구실이라

인턴 기회를 제안하는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저는 조금은 속상했던 마음도 들었던 것이

제가 연구하는 내내

나는 academic or research position 에 관심이 있다고

어필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분명 academy 쪽에

더 관심이 있음을 알텐데고 불구하고

저한테 industry internship을 제안하는 것은 

사실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나의 research 능력이 많이 부족했던 것인지?

교수는 내가 academy 에 job 을 얻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인가?

그 짧은 시간 동안

자기 반성을 수없이 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나: “근데 너도 알다시피, 나는 academy position에 관심이 더 있어. Industry 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거 너도 알잖아?”

교수: “알아. 근데 애플이잖아?”

 

저는 순간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서

정말 조심스럽게 하루만 시간을 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교수는 그러라고 했고 오피스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제게 모집 공고를 포워딩해주셨습니다.

가족과 상의하는 과정

그날 오후 실험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누가 봐도 애플은 

매우 좋은 회사고,

일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내가 research 관련 일을 하고 싶었던 입장에서

커리어를 industry 로 갑자기 전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인턴기간이

최소 8개월에서 1년이었는데

여름 방학만 인턴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2학기 정도 휴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박사학위 취득에 문제는 없을까 매우 걱정이 되었습니다.

(사실 인턴쉽을 저처럼 박사과정 중에 1년 가까이 하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방학 기간을 활용해서 CPT 를 취득하여 인턴을 합니다.)

 

그리고 저는 더욱 신중해야 했던 것이

한번 결정한 것을 돌이키는 것은

미국과 같은 신용 사회에서 매우 안 좋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었지만,

저는 지도교수가 물어봤을 때

하고 싶다고 바로 수락을 하면

정말 바로 일을 하게 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아시겠지만, 

한국 대학원의 경우

지도교수의 역량에 따라

회사에 reference 를 통한

취업이 바로 이뤄지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가

와이프에게 이 사실을 물어봤습니다.

와이프는 너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응원해줬습니다.

 

저는 하루종일 곰곰이 고민했습니다.

근데 여기서 역시 제 성향이 들어나더군요.

원래 궁금하면 항상 시도해보는 성격이라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니 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교수님께 인턴쉽을 하겠다고 답장을 드렸습니다.

 

바로 교수님은 

제게 CV 또는 Resume 를 달라고 얘기했고, 

애플 담당자에게 포워딩 했습니다.

 

이 때부터…

3달 동안의 괴로운

취업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교수가 왜 나를 추천했을까?

우리 연구실은

재료과/화학과에 있고

저는 유일한 기계공학과 학생으로

다양한 polymeric materials 의 characteristics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모집 공고는

polymer 의 물성치 분석과 연구라는 것을 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polymer synthesis 와 같은 실험을 하는

다른 연구실원보다는

제게 fit 이 맞았던 것이 객관적으로 일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UC Berkeley 에서 

Polymer 를 다루는 교수님 또는 연구실이

많지가 않아서

자연스럽게 UC Berkeley 로 보낸 모집 공고는

우리 교수님에게 전달될 수 있었고,

제 research fit 덕분에

제게 이런 기회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험난한 인터뷰 과정...

위에서 잠시 언급했다시피

저는 지도교수의 인턴 제안을 

수락함과 동시에

바로 인턴이 시작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제 의사만을 묻는 것이었고,

reference 를 통한

전화 인터뷰 기회를 얻은 과정에 해당할 뿐이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의 취업에서

referral (추천) 을 통해

나의 이력서가 

회사 매니저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 과정이며,

이 단계에서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보통 회사에 job notice 가 뜨면,

회사에 바로 이력서를 제출할 수 있는데

회사는

하루에도 수만통의 이력서를 

받기 때문에

이 수많은 지원서 중에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적습니다.

 

때문에

미국은 추천인 제도를 잘 활용해야 하며,

학교 job fair 를 통해 지원을 하든가

아는 선배, 동료, 교수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바로 전화 인터뷰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이유가

미국애들이 금요일마다 파티에 참가하면서

socializing 하는 이유이고,

조금만 친해져도

“Can I linked-in?”

하는 이유입니다.

 

어떻게든 커넥션을 만들어서

취업에 용이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죠.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Linked-in 에 수백개의 이력서를 뿌려도

답장이 쉽게 오지는 않을 겁니다.

 

한국의 채용 문화와 

미국의 채용 문화는

많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내용을 잘 알고

미리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전화 인터뷰” 부터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워낙 industry 에 관심이 없었고,

박사과정을 잘 졸업하는 것이

제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애플이 훌륭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너무 감사한 제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수락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저는 그 전에 한 번도

인더스트리 인턴을 생각해보지 못했던 터라

많이 당황했었고,

정말 하루 종일 신중히 고민하고 결정했습니다.

 

다음 얘기를 기대해주시고,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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