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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의 중요성..

진로
작성자
eeerrttt
작성일
2020-05-09 19:35
조회
2404
안녕하세요 교수님. 올해 1월 전역한 24살 남자입니다.

군입대때부터, 지금까지 너무나도 많은 고민을 해왔었습니다. 지금도 고민중입니다.

. 저는 전북대학교 16학번 기계공학과에 다니고있습니다. 저는 학벌컴플렉스를 많이 가지고있습니다.

고3현역때 기존 성적보다 많이 하향으로 대학교를  진학하게 되어서 대학교1학년때 많은 방황을 했습니다. 전액장학금을 받고 입학을 하였지만, 저는  제 자신에 너무 실망하고  부모님께 부끄럽다고 생각했고,  반수를 결심하여 1학년 1학기를 올 F를 받으며 반수를 도전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공부도 안해보고 놀다가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 당시에 제가 수능과 반수를 망친 이유를 지금와서야 알겠는게, 이당시 저는 제가 하고싶은게 없었습니다. 그냥 남들 다 공부하니까 그냥 흐름에 맞춰서 공부를 했었고 이렇게 공부하다보니 저는 상위권에 머무르는 학생이였습니다. 성적은 어느정도되는데, 수시접수를 할 때 도대체 어느 과에 써야하는지도 안 정했었습니다. 저는 제가 뭘 하고싶은지도 모른체로, 그냥 명문대에 가면 모든게 해결될거라고 믿고 공부를 했었습니다.  이런 목표도 없이 공부를 하다보니까  2번의 수능에서 실패를 맛보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반수를 실패하고, 다시 전북대학교로 1학년으로 복학하여 1학년의 F를 재수강하고 22살에 군입대를 했습니다. (1학년 마치고 입대했습니다)

군대에 가면 생각이 많아지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였습니다. 군복무 내내, 저는  왜 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이제까지 내가 이뤄낸 것은 뭘까? 내 자신을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것은 뭘까?   결국 나는 누구일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많이 해보았습니다.

제가 이 질문에 내린 결론은, 나는 4년제 지방대학교에서, 반수를 실패한 22살의 군인이고, 더이상 남에게 나를 입증할 것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정말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군대에서 제가 뭘 좋아하는지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찾아냈습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엘런 머스크와 스티브잡스입니다.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엔지니어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엔지니어가 되고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하고싶은 꿈이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엔지니어가 되기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국내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기위해서는 저의 학벌이 매우 낮다고 느껴졌습니다. 지금와서 수능을 다시보기에는 24살이나 되어버려서, 너무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군대안에서 편입을 준비했었고, 2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를 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시키지 않는데도, 처음으로 제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공부를 해봤습니다. 이 공부는 정말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공부다. 내가 선택한 길이다. 내가 하고싶어서 한 공부는  재미가 있다라는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저는 편입으로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목표로 삼고 올해 전역하는  2월까지 공부해왔습니다.

저는 2번의 실패를 겪은 사람으로, 전역후 가족들에게 편입시험을 준비하고싶다고 말했을 때 가족들이 저를 많이 말렸습니다. 대학교 학벌을 바꾸는데 시간을 들이느니, 차라리 공기업에 지원해보는거 어떠냐고. 저를 설득했습니다. 공기업은 어차피 학벌을 보지 않으니 괜찮은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잠시 편입공부를 멈추고, 올해 2020년 3월에 복학하여 2학년 전공공부(기계)를 하면서 그냥 전북대에서 학점이나 잘 따고 공기업에 취직하면 되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고 지금 5월까지 전공공부(4대역학)을 하다가 권준표교수님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 편에서, 과연 공기업에 취직해서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서 사는게, 소중한 한번뿐인 내 인생의 궁극의 목표인가? 라는 제 질문에는, 저는 아니라고 대답하는것 같습니다. 조금 불안하더라도, 저는 엘런머스크처럼 엔지니어가 되고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공기업준비를 그만두고, 엔지니어의 길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교수님. 엔지니어의 길을 걷기위해서는 제 학벌이 장차 30년은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에서 학벌은 절대 무시할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무리 전북대학교에서 전공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한들,  제가 노력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기계공학이라는 학문은 너무 흥미로워서, 열심히 해보고싶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 학벌이 낮아서, 아무리 제가 노력한다 한들 제가 지방대라서, 인정받지 못할것이 너무나 두렵습니다.  지스트 유니스트이상급의 대학원들은 대학원생을 뽑을 때 전적대학교를 중요시한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지금 이순간도 기계공학을 더 공부하고 싶지만, 가끔은 편입입시시험을 해서, 먼저 제가 원하는 학교(한양대 성균관대 고려대 연세대) 에  진학하는것이 더 먼저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를 바꾸지 않고도, 기계공학 엔지니어로서 인정받는법이 있을까요?  혹시 제가 다니는 학부보다 더 높은 네임벨류의 대학원을 간다면 괜찮아질까요? 흔히말하는 학벌세탁이 가능할까요?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춰서 결정을 내리고싶습니다.

저는 이제 편입공부를 하든 전공공부를 하든, 이 두갈래 선택의 길중 하나가 정해진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할 수 있을것같습니다.
전체 4

  • 2020-05-09 22:39

    오늘도 무거운 질문이 올라왔네요. 학벌에 관해서라면 저도 누구보다 할 말이 많습니다. 저도 고려대학교로 편입했기 때문에 학벌 컴플렉스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질문하신 분께 학벌이 중요하니 편입 시험을 준비하라고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그냥 제 얘기를 드려보겠습니다. 제가 왜 편입을 준비했고, 어떤 과정으로 합격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학벌에 관한 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천천히 적어보겠습니다.

    1. 왜 편입을 준비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합격했는가
    저는 군대에서 편입이라는 제도를 친구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들어보니 2학년까지 마치고 시험을 봐서 합격을 하면 3학년으로 학교만 옮겨서 졸업을 하는 것이더라구요. 시간적으로 손해도 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대대장님께 허락을 구하고 고려대학교 편입시험을 봤습니다.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고려대학교 편입시험은 당시에 1차 영어, 2차 전공시험과 면접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어떤 시험인지 궁금해서 영어 시험을 봤는데 엄청 어렵더라구요. 정말 운이 좋게 1차를 합격하고 2차 전공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근데 군대에서 공부할 시간이 어디있었겠습니까. 전공 시험은 제대로 풀지 못해서 최종 낙방했습니다. 그런데 아무 것도 준비도 안한 상태에서 본 시험을 2차까지 가봤으니 좀더 노력하면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전역이 4월 즈음이었는데 그 해에 저는 모든 것을 편입 시험 공부에 올인했습니다.
    편입 시험 세계는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상당히 고된 시간입니다. 아침 6시 학원부터 새벽 2시까지 주말 포함해서 매일 공부했습니다. 독서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감사하게 부모님께서 학원비는 내주셨습니다. 편입을 준비했던 시간은 공부법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던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도 외고를 나올 정도로 공부를 그렇게 못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왜 수능을 실패했는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도 공부를 아주 열심히 했고, 내신도 좋았습니다. 근데 왜 수능에서 실패했을까? 저는 생각해보니까 당시에 학원에서 공짜로 주는 문제집을 책처럼 쌓아 놓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를 풀면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제가 문제를 풀면서 공부했던 이유는 문제를 많이 풀면 풀수록 아는 문제가 많이 나와 높은 시험 점수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제가 보통 중간/기말 평균이 전과목 94~97 이었습니다. 전교에서 10~30등 수준이었죠. 높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당시 인터넷에 중학교 시험을 모아둔 사이트가 있었는데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실행된 시험지를 풀다 보니까 실제 문제도 똑같이 나오고, 굳이 책을 안 보고도 재밌게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문제를 풀면서 공부하는 게 책 읽는 거보다는 조금 더 게임하는 것 같아서 재밌었습니다.) 그게 몸에 베어 버려서 요령껏 공부를 했고 내신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죠. 문제는 이게 수능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수능 공부는 정확한 원리와 내용 이해를 바탕으로 응용하는 연습을 하는 것인데 저는 그렇게 공부하지 않았던 것이죠. 고등학교 때 저도 좋은 선생을 만나서 일찍 이런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너무 아쉬웠습니다.
    다행히 저는 머리가 나빠도 열심히 사는 게 몸에 베어 있어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만약 결과에 문제가 있었다면 부족한 공부 시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잘못된 공부 방법에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대 수석 입학한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저는 교과서 하나만 봤어요.” 하잖아요?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한 번 확인해보자는 마음으로 편입시험에서는 딱 한 권으로만 공부했습니다. (사실 그게 단권화를 통한 한 권이긴 하지만요. 나중에 공부법에 대해서는 자세히 얘기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편입 시험이 제게 잘 맞았던 게 저는 원래 한 과목을 깊이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모든 과목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공부할 과목이 고등학교 때 얼마나 많았습니까. 두 시간 얼른 영어 숙제를 끝내야 수학 숙제를 하고, 얼른 또 수학 숙제를 끝내야 언어 공부를 하고... 제대로 소화할 충분한 시간 없이 정해진 스케쥴을 급하게 처리하느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근데 이 편입 시험은 고려대의 경우 (당시에) 영어 시험 딱 하나만 있습니다. 또한 영어를 정말 왜 이렇게 깊게 공부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 갈 정도로 아주 많이 깊게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냥 대충 공부하면 그 어려운 지문을 해석도 못할뿐더러 정확한 답을 낼 수도 없습니다. 제가 당시에 공부한 자료들을 보면 문법/어휘/독해/논리에 대해서 얼마나 깊고 자세하게 공부했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참 신기한 게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점점 점수가 오르더니 10월 즈음 되니까 학원에서도 1등을 거의 매번 하더군요. (1주일 마다 평가고사를 봅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편입 시험 공부 7달 하고 토익을 보니까 800점 초반에서 900점 중반이 그냥 나오더군요.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그렇게 영어공부가 잘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 고대 시험 하나만 준비했는데 합격했고 고려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가 순간 SKY가 되니 참 좋더군요. 자존감이 높아지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근데 사실 제일 좋았던 것은 내가 무언가에 성공해봤다는 경험이었습니다. 사람은 뭔가 하나에 성공해본 경험이 있어야하는 것 같습니다. 이 경험이 자신감을 키워주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모멘텀을 줍니다. 그게 있고 없고는 나 자신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느냐 못 얻느냐에 매우 큰 차이를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때 나름의 성공을 해본 자신감과 경험으로 많은 것들을 도전하여 실수도 잦았지만 열심히 삶을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편입생들이 새로운 학교에서 적응하는 과정도 녹록치 않습니다. 편입충이라며 같은 학생이라고 인정 안해주는 친구들도 있고, 수능이나 수시보다 더 어려운 시험인데 어떻게 붙었냐고 대단하다는 친구들도 있고, 그닥 아무 생각 없는 친구들도 있고 (사실 대다수), 현역인 학생들과 차별을 하는 교수님도 계셨죠. 편입 이후의 학부 생활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질문이 들어오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2. 편입을 생각하는 분들께
    제가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기억을 해보면 학원에 10개 이상의 반이 있고, 한 반에 20명 정도의 학생들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소 200명 정도 학원에 다니는데 안타깝지만 이 200명 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학교에 합격할 수 있는 학생들이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제 기억엔 우리 학원에서 고대를 붙은 학생은 3-5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재수를 해서 2번 만에 편입을 성공하거나, 그만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느 시험이 다 마찬가지인데 인생에 있어서 시험에 대한 결과보다는 시험을 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시험을 보기 전과 보고 난 후, 그 하루를 기점으로 결과에 따라 지방대생/고려대생으로 나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아이러니 합니까. 나라는 사람이 그 하루 사이에 변했으면 얼마나 더 변했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시험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내 인생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를 알고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정을 통해서 깨우친 바로 그것이 학벌이나 스펙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삶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이성적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셔야 합니다. 저는 아무 공부 없이 시험을 보고 1차를 붙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7개월이라는 시간을 인생에 배팅 했었습니다. 정말 다행히 제가 아는 문제가 나오고, 좀 더 잘 찍었고, 컨디션이 좋았고 등등 운이 너무 너무 좋아서 합격을 한 것이지 말 그래도 7개월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한, 제 인생 최대의 도박이었습니다. 붙어서 다행이지 만약 떨어졌으면 많은 것들을 잃을 수도 있었죠. 물론 나는 삶의 지혜를 얻었어! 라고 위로할 수도 있었겠지만 같은 시간 동안 더 의미있는 활동을 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말씀드리고 싶은 건 어떤 막연한 이유와 동기로 시험을 준비하시다간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후회할 수도 있으실 겁니다. 좋은 결과 그리고 나쁜 결과가 모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치밀하고 이성적으로 전략을 세워서 강한 열정과 끈기로 공부하셔야 할 겁니다.

    3. 삶에 있어서 학벌이란
    고려대학교 석사를 졸업하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저는 버클리에 박사과정으로 합격했습니다. 학벌이라기 보단 이력이라는 말을 좀 더 쓰고 싶은데요. 내가 살아온 삶의 발자취는 남들이 나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때문에 우리는 취업을 할 때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이죠.

    전 제 고려대 학부/석사 졸업과 버클리 박사과정이라는 이력이 많은 삶의 변화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에서 인턴을 할 때도 버클리 교수님을 통해서 전화 인터뷰 기회를 얻은 것이고, 학회에서도 비교적 쉽게 초록이 accept되어 저명한 연구자들과 수준 높은 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구요. 지금 와이프와의 결혼 허락도 받을 수 있었을 정도로 이력이라는 것은 너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한국인으로서 어느 대학에서 공부했냐는 사실은 아직까지는…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학교를 통해서 야기된 다른 요소들을 굳이 고려하지 않고서도 (좋은 수업 퀄리티, 훌륭한 인적 네트워크, 취업 기회 등등) 단지 그 학교 졸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특히 한국에서의 삶은 매우 다를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회라는 것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화와 가치관, 인식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아직은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학벌을 중시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확실하게 느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게 어느 수준으로 올라가면 아무도 학벌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 학력을 아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선입견이 생겨 내 객관성을 잃습니다. 애플에서도 일 잘하는 친구가 있으면 어디서 공부했지 이 친구? 하면서 LinkedIn 정도 찾아볼 수는 있는데 그 사실이 회사 생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도 공부할 때 쟨 왜 이렇게 똑똑해하면서 찾아보니 칭화대였는데 아 똑똑하네 이 친구! 이정도 에서 끝나지, 아 난 고려대 밖에 못 나왔는데 쟤는 칭화대 나왔고 MIT 나왔구나 하면서 나에 대해서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이게 사실 말씀드리기 굉장히 민감한 부분입니다. 아마 혹자는 너가 너보다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을 만나도 자격지심을 느끼지 않는 이유가 너도 너가 만족하는 학교를 나왔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말 잘 생각해보면… 저는 제가 나온 학교와 제 삶의 이력을 존중하고 사랑하지만 사실 그런 이유라기 보단, 니가 하버드를 나왔든 칼텍을 나왔든 결국 나와 같은 버클리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고, 결국 나와 같은 애플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저는 현재의 제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과거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것입니다.

    조금 개인적인 얘기이긴 한데 저랑 와이프가 하는 얘기 중에 자주 나오는 주제가 있는데요. 와이프는 항상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저한테 너는 돌아갈 수 있으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근데 사실 저는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굳이 대답했다면 피아노를 7년간 치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예중 갈까봐 피아노를 그만두게 하셨던 그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별로 과거로 돌아갈 생각을 안 해봤어요. 왜냐하면 별로 삶에 후회도 없구요. 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했고, 남에게 조언은 구했지만 제가 선택을 했구요, 원래 기준치가 낮아서 그런가 남들보다 쉽게 만족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거를 고치겠다는 생각보단 미래에 어떻게 하면 더 잘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전 지금 논문도 잘 쓰고 있어서 졸업도 순탄히 할 것 같고, 애플에서도 인정 받으면서 잘 일하고 있는데 뭐하러 3-4시간 자면서 여러분들과 이렇게 단톡방에서 문제를 풀거나 글을 쓰고 있을까요? 저는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 미래를 위해서 현실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다보면 별로 과거에 연연해 할 필요도 시간도 없어요. 난 나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기왕 한 번 사는 인생이라면 보다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사회에 공헌을 하고 싶어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중에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여기에 온 에너지를 쏟습니다. 가치를 오래 실현시키기 위해 건강을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그렇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니 세상에 제가 버클리에서 노벨상 후보들과 연구 주제를 토론하고 있고, 애플에서 핸드폰을 만들고 있더라구요. 세상에… 저도 제가 놀랍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이폰만 쓸 줄 알았지 여기에서 아이폰을 만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4. 질문에 대한 답변
    편입을 하라 마라의 결정은 본인이 하셔야 합니다. 저는 제 얘기를 들려드렸으니 학생분께서 나름대로 판단을 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편입을 하지 않으시더라도 이미 좋은 국립대에서 공부를 하고 계십니다. 나중에 좋은 대학원에 입학해서 해외 포닥을 가실 수도 있고, 일찍이 유학을 준비해서 더 수준 높은 공부를 하실 수도 있고,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스타트업을 해보실 수도 있고, 유투브를 하면서 엄청나게 돈도 많이 버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진로 계획은 학생분께서 제일 스스로를 잘 아시니까 잘 계획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무례하게 들으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학생분께서는 자기의 삶을 아직 덜 사랑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질문 주신 학생분의 삶은 그 누구의 삶보다 소중하고 값지며, 부모님에겐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고, 학생분 스스로에게도 한 번만 찾아오는 무대의 주인공입니다. 학생분께서는 훌륭한 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더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자신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시작은 이번 학기에 좋은 성적을 받는 것으로 시작할 수도 있고, 연구실 인턴을 지원해보는 것일 수도 있고, 당장 오늘부터라도 게임할 시간에 좀더 공부하는 변화하는 삶의 자세일 수도 있겠습니다. 현재의 삶을 사랑할 수 있고,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에게 과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2020-05-10 04:31

    전 부산대인데 얼마전 미국 소위 상위권 학교에 박사로 가시는 선배님이 말하더라구요. 아직까지 미국 박사면 절대 꿇리지 않는다(학벌적으로) 그래서 님도 열심히 공부해서 유학을 가도 되구요. 공기업도 괜찮은 진로 아닌가요? 과기원에서 전적대를 본다는 말도 전 처음 들어봤네요. 컴플렉스라는 부분은 결국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 생각해요. 학벌뿐 아니라 어디서든.. 만약 학교를 옮겨도 그 컴플렉스의 근원이 없어지지 않으면 거기서도 또 느낄 겁니다


  • 2020-05-12 19:19

    우리의 결과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매 순간순간에 내가 최선을 다할 수는 있을 겁니다. 짧지 않은 제 경험을 미루어 볼 때, 결국 어떤 과정이든지 간에 그 기간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얻은 실력과 능력은 언젠가 분명 도움을 주더라구요. 그 도움이 성공 확률을 높이구요. 자신이 무엇을 행복해하는지 계속 생각해보고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나도 모르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내게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며 다른 사람들을 이를 "성공"이라고 부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생의 꿈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2020-05-10 21:10

    감사합니다. 교수님. 저도 제가 미래에 어떤 일을 할지 모르지만, 지금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야겠습니다. 일단은 올해는 2학년까지는 어차피 학교수업을 들어야하는 입장이기에, 제가 하고있는 전공공부에 집중을할 생각입니다. 동시에 편입영어와 수학공부도 가능한 많이 할 생각입니다. 아무리 편입공부할 시간이 없다 한들, 군대에서 제 개인시간 쪼개가면서도, 공부할 수 있다는것에 행복해했던 그 때 보다 낫겠지요. 제가 선택한 길에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교수님의 경험담과, 진심어린 조언 감사합니다. 저보다 많이 이뤄내신 교수님도 이렇게 열심히 사시는데, 저도 더 분발해야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저는 기계과에서 공부한 사람으로서 학부, 취업 준비, 대학원 생활, 유학 준비, 미국 취업 등 많은 것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제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정보의 폐쇄성”이었습니다.
  • 평소에 선배들을 많이 알고 있는 친구들이 취업, 인턴, 대학원 등을 쉽게 준비할 수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정보의 중요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러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 최소한 제 강의를 듣는 기계공학도끼리는 서로 궁금한 점, 고민, 정보 등을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내가 궁금한 것은 남들도 궁금해 합니다. 부끄러워마시고 편하게 고민을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