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애플 인턴 취업기-2

아이폰은 쓸 줄만 알았지, 만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버클리에서 박사 과정을 보내는 동안 미국 취업은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평소와 같이 연구하던 나날들 속에서 갑작스럽게 인턴 기회가 다가왔습니다. 전화 인터뷰와 3번의 면접… 모든 과정들을 공유함으로써 미국으로의 취업을 희망하시는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번째 인터뷰 (전화 인터뷰)

2019년 5월 5일 (월요일) 에

처음으로 교수에게 애플 인턴에 관한 소식을 접했고,

5월 6일에

고심하여 하겠다는 의견을 지도교수님께 알렸습니다.

5월 7일에는

지도교수 및 면접 담당자와 

같은 이메일로써 연결이 되었고,

처음으로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메일의 내용은 간단하게 적었습니다.

  1. 간단한 소개
  2. 연구 주제
  3. 관심이 있을만한 주요 경력 (Polymer characterization techniques)
  4. CV

를 포함하여 처음으로 연락을 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모든 회사가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애플의 경우

그냥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일도 하면서

시간을 내서 채용에 관해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담당자의 업무량에 따라

매우 채용 프로세스가 더딜 수도 있고

지원자에겐 고된 인내가 필요한 과정입니다.

5월 7일에 처음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을 받은 것은

 5월 14일이었습니다.

매우 간단한 한 줄의 이메일이었습니다.

채용담당자: “인턴에 관심을 줘서 고마워. 30분 전화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이번 주 언제쯤 가능하니?”

또 미리 말씀드리지만,

채용 담당자의 다소 간단하고 무뚝뚝한 말투는

그냥 컴퓨터와 대화하듯이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너무 감정이입하지 마시고,

나는 AI 로봇과 대화한다고 생각하며

너무도 간단한 이메일에

혹시 내 경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가 하며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이메일을 받자마자

한 시간 안에

이번 주에 가능한 모든 시간을 정리해서 

답장을 줬습니다.

30분 정도 안에 스케쥴이 잡혔습니다.

첫 전화 인터뷰일자는 바로 내일인,

5월 15일 오후 3시로 결정되었습니다.

갑자기 내일 전화 인터뷰를 본다고 했을 때

준비가 안돼서 당황하던 사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항상 제가 강의나 멘토링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자기 전공에 대해서

자기 학문에 대해서

커리어에 대해서는

준비를 해서 언제부터 가능하다는 말은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의 스케쥴은

철저히 회사 담당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나는 항상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겠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전혀 준비하지도

어렵다고 두렵기도 하지 않았던 것이

1편에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이 전화 인터뷰가 매우 형식적인

reference check 정도의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인턴을 매우 쉽게 들어가는 친구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전화 인터뷰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만 보여주면

바로 우리는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고

너가 오면 이런 일을 하게 될 거고

언제부터 일하면 좋을 것 같다 등의

형식적인 얘기를 하고 끝날 줄 알았습니다.

(물론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내일로 면접 일자가 잡혀

간단하게 어떤 얘기를 할지 정도

준비하는 선상에서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전화 인터뷰를 위한 준비 사항

  • 적합한 장소 선택

오후 3시면 학교에 있을 시간입니다.

집에서 할 수도 있지만

원래 가족이든 친구든

누가 옆에 있으면 집중이 안되는 성격이라

집에서는 인터뷰를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카페에서 할 수도 없습니다.

소음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죠.

 

와이파이 및 전화가 잘 터져야겠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도서관이나 학교 회의실을 예약해서

조용하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위주로 

인터뷰 장소를 물색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LBNL 에 있는 

제 실험실에서 인터뷰를 봤습니다.

저만 쓰는 실험실이 있어서

아무도 없고

와이파이 및 전파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리 전화를 해보면서

문제가 없는지 체크를 했습니다.

 

  • 스크립트 준비해야할까?

저는 영어가 모국어라 아니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왠만하면 스크립트를 작성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스크립트에 대한 연습이 정말 확실하지 않았을 때

너무 긴장해서 오히려 말리면

정말 답변을 이어가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스크립트는 임기응변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가 스크립트를 작성하여 발표를 준비하는 경우는

  1. 퀄 발표
  2. 학기 말 프로젝트 발표
  3. 정말 중요한 미팅 발표

등입니다.

왠만하면 작성하지 않습니다.

 

다만 머릿속으로 수많은 고민과 

문장 구성에 대해서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첫 문장으로 시작을 했을 때

물 흐르듯이 뒷문장들이 쭉쭉 나올 수 있게

그 흐름을 기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람들마다

성향이 다를 수 있지만,

저 같은 경우 스크립트를 보고 읽으면

티가 많이 나더라구요.

 

본인의 스타일대로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발표하는 방법에 대한

이전의 질의응답을

링크를 통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면접 질문 예상

가방끈의 길이가 10년이 넘었습니다.

수많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봐왔는데

교수님의 질문을 잘 예상하는 스킬은 

이제 제 가방끈의 길이와 함께 발전합니다.

 

시험에 어떤 문제가 나올지 예상하는 것은

교수님의 유인물(ppt, pdf 자료) 

또는 수업 내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듯이

인터뷰의 내용은 

job notice/requirement 를 이용해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자기 이력서 넣는 게 바빠서

모집 공고를 잘 분석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모집 공고를 잘 보면

회사에서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공고에서 요구하는 스킬, 업무, 필요 사항을 잘 살펴보고

내가 이 사항과 관련한

  • fundamental 혹은 background knowledge 가 있는지?
  • 나의 경험은 있는지?
  • 만약 없다면 어떻게 보충할 수 있는지?
  • 등의 주제에 대해서 잘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화 인터뷰 내용

오후 2시 30분에

장소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컴퓨터를 앞에 놓고

연구 관련 자료 등을 켜놨습니다.

(문제는 결국 하나도 보지 못했습니다. 너무 긴장해서…)

 

2시 55분 정도 됐을 때

나는 준비가 됐으니 언제든 전화 걸어달라는 식으로

예의있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정확하게 3시에 연락이 왔습니다.

간단하게 너가 누구냐, 학교생활 어떻냐 등의 인사를 하더군요.

 

저는 가장 먼저 이런 전화 인터뷰 기회를 줘서 고맙다.

라는 식의 감사 표현으로 모든 첫 인사를 시작했습니다.

 

1분 정도 인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면접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여기서 정말 멘붕이 왔는데요.

혹시라도 보안 문제 때문에 자세한 대화를 언급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어서

예를 들어드리겠습니다.

 

혹시

영화 “세얼간이” 보셨나요?

거기서 교수가 

“기계는 무엇이니” 라고 물어보죠?

 

거의 그 수준의

정말 초보적이면서 개념적인 질문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첫 질문으로

자동자는 뭐니?

라고 묻는 것과 같았습니다.

 

제가

inorganic/organic polymeric composites 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니

정말 많이 당황했습니다.

 

갑자기 긴장되고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때로는 너무 간단한 질문을 답변하는 것이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아서

더 어려운 경우가 있죠.

 

순간 1-2 초 정도 멍했있다가

침착하게 답변했습니다.

 

사실 평소에 비해서 매우 불만족스러운 답변이었습니다.

어떤 정의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는 모범적인 답안은

  1. 매우 깔끔하고 간결한 정의 한 문장
  2. 추가 이론이나 예시 설명 한 문장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3-4 문장을 꽤나 버벅인 것 같았습니다.

 

이 글을 모시는 많은 취업 준비자들께서는

평소에 이런 고민(간단한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답변할 것인지)을 많이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이후 3문제 정도 

정말 이론적인 질문에 대해서 물어봤고,

10분 쯤 지나

내가 무슨 연구를 하는지 물었습니다.

 

제가 이런 이런 연구를 한다고 답변을 했는데

담당자가 어떤 테크닉을 활용하는지 물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테크닉

저런 상황에서는 저런 실험 기법을

사용한다고 대답하니

그 특정 기술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을 물어봤습니다.

 

이론적인 내용뿐 아니라

왜 이런 characterization technique 을 선택했고,

이 이론적인 배경이 무엇이고,

사용하면서 문제나 어려움 등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때문에 혹시라도

바쁘게 실험을 하시는 대학원생들이 이 글을 보셨다면

자기가 매번 아침운동처럼 하는 실험의

이론적인 내용에 대해서

(당연히 아시겠지만)

쉽게 답변할 수 있도록 

나만의 답변을 미리 준비하는 것

좋을 것 같습니다.

 

순간적으로 25분이 지났습니다.

면접자가 자기는 질문이 끝났다고 했고,

추가적으로 물어볼 게 있니? 라고 물었습니다.

 

이런 추가 질문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애플에서 재료 연구에 관한

industry 적인 성격이 어떻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사실 위의 질문은

질문이라기 보다는

내가 얼마나 이쪽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은지를

어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생각엔 면접자가 추가 질문이 없니? 라고 했을 때는

정말 내가 궁금한 질문을 해도 좋지만

어느 정도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까다롭거나 난해하거나

답변하기 힘든 질문을 하면

그 면접 담당자로 나랑 비슷한 사람인데

답변하기 어려울 수 있고 

오히려 상황이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

 

20 분 간의 대화로

그 사람의 성향을 (어렵겠지만) 최대한 판단하여

  1. 주관적으로 답변하기 쉽고,
  2. 나는 모르지만 너는 알 수 있는,
  3. 나의 열정을 어필할 수 있고,
  4. 너네가 자랑하고 싶은,

그런 질문을 잘 선택해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애플 재료 연구의 성격을 물어봄과 동시에

나의 polymer physics 에 대한 지식이

인류의 발전과 행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애플 제품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이또한 매우 보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연스럽게 재료 개발에 대한 성격을 물어봤고,

그 때 처음으로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는 식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전화 인터뷰를 잘 마무리 하고

끊고 나서 

감사 이메일을 보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당연히 했을텐데

미국에서는 오히려 이게 부담스러울 수 있나?

하면서 걱정하며 감사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근데 다른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보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면접에서는 항상 감사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예의있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화 인터뷰가 어려웠던 이유

일단 질문 자체가 예상하기 어려웠던 것은

비록 전화 인터뷰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전화 인터뷰의 특성 상

매우 어려운 이유가 한가지 있다면,

상대방의 감정을 읽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가 말을 할 때

표정을 볼 수가 없고,

전화 인터뷰이기 때문에

내 말을 잘 듣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추가 질문으로

공감을 얻어내기 전까지는

내가 잘 대답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상대방의 반응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전화 인터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전화 인터뷰 이후

5월 15일에

전화 인터뷰를 마치고

계속 기다렸습니다.

 

사실 연락이 너무 없길래

저는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제 글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면접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1-2 주일 기다리는 것은

아주 예사로운 일입니다.

 

저는 제가 전화 인터뷰를 너무 가소롭게 봤구나.

내가 방심하고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을 매우 후회했습니다.

좀더 신경써서 답변을 준비하고 연습했어야 했는데

너무도 간단한 질문에 당황해버려서

전화 인터뷰에서 떨어졌다는 생각에

일주일 넘게 계속 우울했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방심했던 제 자신에 대해서

매우 질책하고 반성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목숨을 다해서 죽을 각오로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제 자신이 너무 한심했습니다.

 

다음에는

이런 기회가 또 있다면

정말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하여

그냥 열심히 실험/연구 했던 것 같습니다.

 

계속 기다리다가

5월 24일에 (약 10일 후)

현장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애플파크에서 자기 팀원들에게

1 시간 인터뷰를 준비해달라는 답장이었습니다.

 

이 1 시간 동안 

20분 정도의 

연구에 관한 발표를 준비해달라고 요청받았습니다.

 

가능한 시간 옵션을 알려줬고,

6월 12일 오후 3시에 

애플파크에서 인터뷰 일자가 잡혔습니다.

 

나중에 또 제 글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전화 인터뷰까지는 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 부터 7월 2달 간

정말 힘든 취업기가 시작되는 것을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두번째 현장 인터뷰에 관해서

다음 포스팅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전화 인터뷰를 준비하는 분들께

제 경험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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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Thanks for sharing your good experience!!